2009년 10월 06일
아무리 분노해도 성범죄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강력 사건과, 우리.

그 아이가 겪은 일은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부족할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으로도 그 아이와 아이의 가족을 위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해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벌하는 것이 그 아이를 위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놈은 좆을 잘라버려야, 죽여 버려야, 아니 그냥 죽이는 것으론 부족하고 찢어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핏빛 생생한 증거사진과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인터뷰를 동원해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분 이런 개새끼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분노를 부추긴다.

그런데 가해자를 찢어 죽인다고 그 아이의 마음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역사속의 형벌을 참고해 삼대를 멸하고 목을 자르고 가죽을 벗겨 시청 앞에 걸어놓는다 해도 그 아이의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 해도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분노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분노는 해야만 한다. 분노하는 마음,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해결하려는 마음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분노만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분노만으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분노만 하는 것은 자신의 불쾌한 감정,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이명박에게 쌍욕을 해도 여전히 이명박이 삽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 이십대 개새끼론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분노해도 성범죄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해결은 해결책으로만 할 수 있다. 저 놈을 어떻게 찢어 죽여야 속이 시원할까를 얘기하면서 분노를 해소하는데 그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아이의 마음을 덜 아프게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통해서만 조금이라도 그 아이를 도울 방법, 이런 일을 조금이라도 덜 생기게 할 방법이 나올 수 있다.
by duddnek | 2009/10/06 15:25 | 가치있는 사유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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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rummertj at 2009/10/07 01:18
아이가 대장부터 항문까지 없어서 변을 받아내는 주머니를 평생 차고다녀야 한다네요. 부모를 위로하고 아이의 마음을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을것 값아요. 남은 평생이 지옥일지도 몰라요. 아무리 생각해도 12년형은 부족하다 생각이 되네요. 제가 부모라면 정말 찢어 죽이고 싶을것 같아요. 제도적 해결책? 전 정말 모르겠어요~ 생식기 달린 남자들에대한 증오만 생기네요.
Commented by baltak at 2009/10/15 07:07
참,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몰라서 그럴까요.
물론 개중엔 그냥 덩달아 분노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이럴 땐 그냥 같이 죽일 듯이 분노해 주는 게 인간적인 거에요.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차가운 이성의 사고가 발휘되는 걸 보면, 뭐랄까 너무 이론적이에요.
그리고 이런 얘기 그동안 이미 많은 논객들이 해서 너무 동어반복적이잖아요.
저도 무슨 말인지 잘 알지만, 그냥 이런 어조의 글들을 보면 옳고 그름의 합리성을 떠나 욱 합니다.
사회의 구조적 해결책에 접근하기 전에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이런 건 글이나 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서 옮기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duddnek at 2009/10/16 01:21
네 저도 무엇보다 함께 슬퍼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아이를 회복시킬 방법보다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아이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더라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너무 이론적이고 동어 반복적이고 차가운 느낌이 들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Commented by drummertj at 2009/10/16 02:30
이번주 한겨레 기사에보니 '못배우고 가난한 남성에게 끝없이 열등감을 주입하는 한국사회에서 잠재적인 아동 성폭행범은 널리고 또 널렸다'
진짜 문제는 가난인것 같아요. 정말 가난한 집안이 가정환경도 좋을리가 없고, 교육도 못받겠죠.
제 친구 고향은 정말 시골인데 4년제 대학나온사람이 또래친구들중 둘 뿐이래요. 또래 남자애들은 도시로 나와 공장에서 일하는데 (6,7십년대 얘기같은데, 현재진행형) 어떻게 노는지 들어보면 깜짝 놀라요. 어릴땐 (20살무렵) 당구치며 다방여자 불러서 놀았어요.지금은 더 가관이예요. 암튼 전 어떻게 스무살 애들이 다방여자랑 노는지, 완전 충격적이었는데, 가난하고 못배우고 돈도 없고 여자랑 자고싶은데 여자친구는 없고. 싼 다방여자 불러 손이나 잡고 노는거죠. 그 돈마저 없으면.. 모르겠네요. 적어도 대학은 나오면 그렇게까진 놀지 않을텐데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배우고 돈 있음 안보이는 룸으로 들어가겠죠^^
각설하고, 모든 범죄의 시작이 가난에서부터 출발하는게 아닌가 그런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부자들이 가난한사람 다 없애고 싶겠죠. 나라도 구제못하는 가난. 개개인의 문제로 돌릴수 밖에요. 저도 그 밑바탕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우한 개인사가 다 있다는걸 알지만, 막상 일대일로 만나면 정말 싫어요.
어렵네요.
영우씨 잘 지내요?
Commented by duddnek at 2009/10/16 02:46
남자들이 즐거움을 얻는 방법을 모르고 즐거울 거리가 없는 건 교육수준이나 경제력과 관계없이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고등교육 받는 제 주변 사람들만 봐도 그렇습니다ㅎ

네. 사실 성범죄자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부분이 상당히 커요. 유전적인 부분도 그렇고. 환경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또 환경도 유전되니까요.
Commented at 2009/10/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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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1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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